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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채비 공모주, 가파른 상승 뒤의 현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분명 매력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충전소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29일 코스닥에 상장한 채비는 바로 이 시장에서 국내 민간 기준 급속충전면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상장 첫날 공모가 12,300원에서 22,550원까지 치솟으며 83% 이상의 급등을 기록했고, 장중 한때는 30,000원을 넘어 공모가 대비 150%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주가는 공모가 대비 52%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놓쳤던 중요한 신호들이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신중한 평가

채비 공모주가 시장에서 얼마나 평가받았는지는 수요예측 결과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4월 10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는 751곳의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참여했고, 경쟁률은 55.23대 1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참여한 751곳 중 무려 354곳이 희망 공모가 밴드의 하단인 12,300원을 제시했으며, 166곳은 그 하단보다도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전체 기관투자자의 70% 가까이가 밴드 하단 이하의 가격을 택한 것이다. 이는 곧 기관들이 이 기업의 성장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가격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공모가는 당초 제시된 밴드(12,300~15,300원) 최하단인 12,300원으로 확정되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의무보유확약 현황이다. 751곳 중 735곳이 의무보유 미확약을 선택했으며, 확약을 건 곳은 고작 16곳에 불과했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수익을 노리는 성향이 강했다는 의미이며, 상장 이후 기관 물량이 시장에 빠르게 풀릴 가능성을 시사한다.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경고신호였던 셈이다.

사업 구조의 이중성

채비는 전기차 충전기 개발부터 제조, 설치, 운영,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원스톱 솔루션 기업이다. 직접 소유하면서 운영·관리하는 급속충전면수는 5,900여 면으로 국내 민간 급속충전 최다 수준이며, 환경부 소유 충전기를 포함하면 총 10,000여 면 이상의 충전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이는 북미 2위 사업자인 Electrify America의 5,200여 면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탄탄해 보인다. 충전소가 많아질수록 이용 빈도와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고, 가동률이 올라갈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플랫폼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재무 현황은 성장 스토리와 괴리가 있다.

매출 증가 뒤의 손실 확대

매출만 보면 외형 성장은 명확하다. 2022년 782억 원에서 2023년 1,258억 원, 2024년 1,398억 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영업손실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2년 644억 원에서 2023년 1,053억 원, 2024년 1,138억 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손실이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구조인 것이다.

2025년 상황은 더욱 심해졌다. 영업손실이 296억 원, 순손실이 337억 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개선의 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채비 측은 "EBITDA 기준 2026년 4분기, EBIT 기준 2027년 4분기 흑자전환을 예상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는 여전히 미래의 약속이다.

차입금 부담과 재무 위험

또 다른 우려 요인은 단기차입금의 급증이다. 상장 후 단기차입금이 52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이는 회사의 단기 재무 부담이 크다는 신호다.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설비 투자가 많이 필요한 사업 특성상, 초기 단계에서는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면서 차입금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상장 후 발표된 2026년 1분기 실적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회사가 약속한 흑자전환 시점까지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핵심 질문이다.

청약 결과와 실제 상장의 괴리

흥미로운 점은 기관 수요예측의 신중함과 일반인 청약의 높은 관심 사이의 괴리다. 일반 청약 경쟁률은 302대 1에 달했으며, 증거금 총액은 약 4조 2,000억 원에 이르렀다. 기관은 신중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는 상당했던 것이다.

상장 첫날의 급등은 이러한 수요 불일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 12,300원에서 한계가까지 올랐다가 이후 조정된 것은 시장이 실제 기업가치를 재평가했다는 의미다. 균등 1주 배정받은 청약자라도 첫날 매도했다면 1만 원 가까운 수익을 실현했을 수 있었지만, 현재 가치는 그 이하다.

투자 결정을 위한 체크리스트

채비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라면 다음 요소들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첫째, 회사가 언제 실제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다. 둘째,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 건강성 악화 추이를 주시하는 것이다. 셋째, 전기차 시장 자체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둔화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회사가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분명 미래 산업이다. 하지만 미래 산업이라고 해서 모든 기업이 수익성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채비는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강점이 있지만, 적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현실도 마주해야 한다. 상장 후 한 달 간의 주가 조정은 시장이 이러한 현실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뜻이다.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만으로는 부족하며,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 개선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핵심이다.